벽제갈비는 서울 아시안게임이 열렸던 1986년 서울 신촌에서 문을 연 이후 지금까지 한우·한돈 구이 외길을 걷고 있다. 이른바 '투플러스' 등급 한우 중에서도 최고로 치는 'BMS 넘버9' 등급만 사용할 정도로 최고급 고기 구이집으로 정평이 나 있다. 벽제갈비는 구이문화의 프리미엄화를 위해 재작년부터 매년 직원들을 대상으로 '그릴 마스터 콘테스트'를 개최하고 있다. 고기 굽기 장인을 자체 육성함으로써 고객들이 최고 품질의 고기를 맛보게 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벽제갈비의 이런 혁신을 앞장서서 이끌고 있는 김태현 부회장을 만나 마스터 그릴러에 대한 그의 철학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벽제갈비에서 그릴 마스터 대회를 개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고기를 구워주는 사람들이 단순한 서비스 제공자가 아니라 전문 직업인으로서의 프로의식을 느끼게 해주고자 하는 데서 시작했다. 한국식 고깃집의 핵심은 주방장이 고기를 세심하게 손질하는 것과 테이블에서 고기를 완벽하게 굽는 과정이다.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셰프나 장인이라는 타이틀을 통해 명예의식을 느끼지만, 고기를 직접 굽는 사람들은 그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직업을 전문직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인식을 바꾸고, 고기를 굽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전문성을 자각하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대회를 기획하게 됐다.
―그릴러들이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갖게 되면 무엇이 달라지나.
▷그릴 마스터로 선정된 분들은 이전에는 자신을 전문가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문적인 수준을 추구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고기를 잘 굽고,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많은 교육을 진행했지만 그런 교육보다 그릴 마스터 대회가 더 큰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그릴 마스터로 선정된 분들뿐만 아니라 바로 옆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도 자극을 받고 이 분야에 더 큰 관심을 갖게 되면서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 '전문가가 되는 길은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런 동기 부여가 더 많이 배워 더 좋은 그릴러가 되겠다는 마음가짐을 갖게 한다.
―식당 고객들의 반응은 어떤가.
▷현재 그릴 마스터 서비스는 도입 초기 단계라 이 개념을 알고 계신 고객이 많지는 않다. 하지만 서비스를 직접 받아보고, 그릴 마스터 제도에 대해 설명을 들은 고객들은 대부분 매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많은 고객이 이 제도가 지속되기를 바란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정 그릴 마스터에게 서비스를 받고 싶다고 요청하는 고객들도 생기고 있다. 고객들 반응이 매우 긍정적이어서 이를 확산시키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마침 K푸드 인기가 높아지면서 한국의 식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우리 문화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영화나 음악을 넘어 음식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잘 살려 이제 음식도 문화의 옷을 입어야 할 시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구이 문화는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 문화에 충분한 전문성이 부여되지 못한 점이 아쉽다. 문화가 단단해지기 위해서는 깊이인 전문성과 넓이인 다양성이 모두 중요하다. 그릴 마스터라는 계기를 통해 한국의 구이 문화가 보다 전문성을 갖추고, 이를 통해 많은 이들이 더욱 값진 경험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정혁훈 농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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