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릴 마스터라는 새로운 직업 창출 노력의 중심에 경기도농수산진흥원이 있다. 친환경 학교급식과 온라인 농산물 판매 플랫폼, 귀농귀촌센터 등을 운영하면서 안전하고 신선한 먹거리 공급의 첨병 역할을 하는 농수산진흥원이 그릴 마스터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우리나라 축산업과 외식업의 동반성장을 위해서다. 다음은 일문일답.
―농수산진흥원에서 그릴 마스터에 관심을 갖는 배경은 무엇인가.
▷그릴 마스터를 잘 육성하면 축산업과 외식업이 함께 발전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축산업은 경기도 농업에서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그 중요성이 높지만 동시에 환경에 대한 부담이나 외국산 대비 가격 경쟁력 저하, 사료와 원재료 가격 상승 등 다양한 문제에 노출되고 있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축산업만 바라봐서는 곤란하고 축산물이 소비되는 시장까지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 특히 외식 분야에서 고급 축산물에 대한 소비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식당에서 고기를 구워주는 사람들을 그릴 마스터로 육성한다면 외식업과 축산업 발전을 함께 이룰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릴 마스터는 어떤 사람들인가.
▷기본적으로 고기를 구워주는 사람을 우리는 '그릴러'라고 부른다. 그릴러 중에서도 최고의 실력을 갖춘 고기굽기 명인을 '그릴 마스터'라고 한다. 그리고 손님에게 고기를 구워주는 식당에서는 이런 그릴 마스터를 육성함으로써 외식업의 품격을 높일 수 있다. 카페에서 바리스타를 찾고, 와인바에서 소믈리에를 찾듯이 이제 고깃집에서는 그릴 마스터를 찾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릴 마스터가 해외에도 있나.
▷해외에서도 유사한 개념이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매년 여러 지역에서 다양한 형태의 그릴 마스터 대회를 개최해 고기를 잘 굽는 셰프를 선발하고 있다. 미국 식당에서는 주방에 설치된 바비큐 그릴에서 고기를 구운 뒤 손님에게 내어주지만 한국은 테이블 위에서 바로 숯불이나 철판에 고기를 굽는다. 둘러앉아 고기를 구워 먹는 것은 고구려 때부터 이어져 오는 한민족의 독특한 식문화라는 점에서 한국의 그릴 마스터는 다른 나라와 차별성이 있다.
―농수산진흥원에서 생각하는 그릴 마스터는 어떤 개념인가.
▷고기를 잘 굽는 것은 기본이고 원료육에 대한 선별과 숙성, 조리법 개발 등 고기 구이에 필요한 다양한 능력을 갖춘 사람을 뜻한다. 소믈리에가 음식에 어울리는 와인을 추천하고, 바리스타가 손님이 원하는 맛과 향의 커피를 만들어내듯이 그릴 마스터는 고기 부위에 대해 설명하고, 손님이 마시고자 하는 술에 가장 잘 어울리는 부위를 추천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추천한 고기를 해당 부위의 맛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도록 구울 수 있는 사람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우나 한돈 모두에서 특정 부위만 선호되는 경향이 있는 만큼 다양한 비선호 부위에 대한 소비 활성화를 추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비선호 부위의 소비 활성화는 어떤 개념인가.
▷한우는 주로 등안채, 즉 등심과 안심, 채끝등심 위주로 소비가 많이 되며 한돈은 삼겹살에 대한 선호도가 압도적으로 높은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들 선호 부위를 제외한 다른 부위의 고기에 대한 수요를 늘릴 수 있도록 부위별 구이법나 조리법을 개발하는 것도 그릴 마스터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야 값싸게 팔리는 비선호 부위의 가격을 정상화함으로써 축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
―그릴 마스터라는 직업 창출에 경기도가 적극적이어야 하는 이유가 있나.
▷국내 요식업체 수는 전국적으로 79만여 곳이 있고 그중 경기도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만 30만여 곳이 있다. 요식업 종사자 수 역시 전국 200만여 명 중 수도권에 89만여 명이 있다. 경기도를 포함한 수도권이 국내 외식업 수요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그릴 마스터가 더 많이 배출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
―그릴 마스터라는 직업이 축산물에 대한 소비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까.
▷경기도에서는 우수 축산물에 대해 G마크를 부여하고 있다. 그릴 마스터는 이러한 우수 농가들이 생산하는 축산물이 소비자에게 사랑받게 만드는 절대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그릴 마스터의 존재로 인해 농가들은 고품질의 축산물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받을 수 있게 되고, 소비자들은 최고 품질의 고기를 맛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러한 영향으로 도내 축산물의 신뢰를 높여 판매를 늘릴 수 있는 1석3조 효과가 가능하다.
―농수산진흥원의 향후 그릴 마스터 양성 계획은.
▷진흥원은 그릴 마스터 양성을 위해 체계화된 시스템을 마련하고 그릴 마스터라는 직업 창출과 확대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우선 그릴 마스터 대회를 매년 개최해 열악한 환경에서 힘들게 일하고 있는 실력 있는 그릴러를 발굴할 예정이다.
또한 고기의 부위별 특징과 정형, 숙성 등 식육 관련 전문지식과 이론 교육, 그릴링 실습을 병행한 전문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전문 그릴러 양성 교육을 추진하려고 한다. 그릴러 양성 이후에는 그릴 마스터 민간 자격증 제도를 도입해 식육 이론과 그릴링 기술을 갖춘 공식 그릴 마스터를 양성할 계획이다. 이어 경기도 일자리재단과 외식업조합 등 기관과 연계해 자격증을 취득한 그릴 마스터들이 취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혁훈 농업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