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훈규 경기도농수산진흥원 본부장
최근 농업 현장은 기후위기의 최전선에 서 있다. 여름철 폭염과 집중호우, 겨울철 이상고온과 가뭄은 농산물 생산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과거에는 경험으로 예측할 수 있었던 농사 일정이 이제는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생산량 감소와 가격 변동은 농업인의 생계를 위협할뿐 아니라 소비자의 식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우리는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미래세대에게 안정적인 먹거리를 어떻게 공급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단순히 생산량을 늘리는 데 있지 않다. 생산과 소비를 연결하고, 농업과 환경을 함께 살리는 지속가능한 먹거리 체계를 구축하는 데 있다.
경기도 친환경 학교급식은 이러한 과제를 실천해 온 대표적인 공공급식 모델이다. 2009년 시작된 경기도 친환경 학교급식은 지난 17년간 학생들의 건강한 식생활을 지원하며 전국 최대 규모의 공공급식 체계로 성장해 왔다. 현재 경기도 내 1,500여 개 학교와 약 83만 명의 학생들에게 친환경 농산물을 공급하며 안전한 식탁을 책임지고 있다.
하지만 학교급식의 가치는 단순히 한 끼 식사를 제공하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학교급식은 농업인을 위한 안정적인 판로이자, 친환경 농업을 유지하는 기반이며, 지역경제를 지탱하는 중요한 공공정책이다.
경기도농수산진흥원은 올해도 감자 2,700톤, 양파 2,500톤, 마늘 500톤, 생강 120톤, 잡곡류 20여 품목 2,200톤 등 주요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계약재배와 수매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곧 시작될 2026년산 수매 역시 감자와 양파를 시작으로 본격 추진될 예정이다.
이러한 수매사업은 농업인에게는 안정적인 소득과 계획생산을 가능하게 하고, 급식 현장에는 연중 원활한 공급을 보장하며, 도민에게는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공공급식의 핵심 기반이다.
지금까지 공공급식의 핵심 축은 학교급식이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어린이집, 유치원, 사회복지시설, 공공기관, 군부대, 돌봄시설, 취약계층 지원사업까지 연계되는 지역 먹거리 체계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
공공급식은 단순히 공급 대상을 확대하는 사업이 아니다.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순환경제를 구축하고, 농업인에게 안정적인 시장을 제공하며, 모든 도민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보장하는 사회적 기반시설이다.
특히 기후위기 시대에는 공공급식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이제는 무엇을 얼마나 공급할 것인가를 넘어, 어떻게 생산하고 유통하며 소비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바로‘기후급식’이다.
기후급식은 새로운 급식사업의 이름이 아니다. 먹거리의 생산·유통·소비 전 과정에서 환경 영향을 줄이고, 지역 농업을 보호하며, 미래세대에게 지속가능한 식문화를 만들어가는 새로운 정책 패러다임이다.
세계는 이미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공공급식은 더 이상 단순한 복지정책이 아니라 지역 농업을 살리고 탄소중립을 실현하며 지속가능한 먹거리 체계를 구축하는 핵심 정책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경기도는 이미 친환경 학교급식을 통해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는 친환경 학교급식의 성과를 기반으로 공공급식 체계를 확대하고,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경기도형 기후급식 정책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학생의 한 끼 식사가 농업을 살리고, 지역사회를 살리고, 지구를 살릴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가치 있는 공공투자일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출발점은 오늘도 학교와 농촌을 연결하는 현장에서 시작되고 있다.
